대한항공 배구팀의 아시아 쿼터와 한국 스포츠의 국제화
Korean Air Volleyball Team's Foreign Player Quota and Sports Global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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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배구팀의 아시아 쿼터와 한국 스포츠의 국제화
2017년 겨울, V-리그 코트에 낯선 언어가 들렸다. 대한항공 점보스 훈련장에서 일본어와 중국어가 섞인 대화가 오갔고, 코칭스태프는 이를 한국어로 통역하며 전술 미팅을 진행했다. 아시아쿼터 제도가 한국 배구에 착근하던 초기의 풍경이다.
아시아쿼터 제도의 탄생 배경
한국배구연맹(KOVO)이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한 이유는 단순히 "다양성"이라는 슬로건 때문이 아니었다. 기존 외국인 선수 제도는 브라질·미국·세르비아 등 유럽·남미 장신 공격수 영입 경쟁으로 치달았고, 구단 재정은 압박받는 반면 아시아 배구권과의 교류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KOVO는 외국인 선수 쿼터와 별도로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를 추가 등록할 수 있는 별개 슬롯을 만들었다. 연봉 상한도 일반 외국인과 다르게 책정해 중소 구단도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적용 대상은 아시아배구연맹(AVC) 가맹국 국적자로, 일본·중국·이란·태국·카타르 등 다양한 국적의 선수가 지원 자격을 갖는다. 단, 한국 국적 취득자나 재일교포 등 특수 케이스는 별도 규정을 적용하여 내국인 선수 보호 취지와 충돌하지 않도록 했다.
대한항공 점보스의 선택
대한항공 점보스는 V-리그 남자부 최다 우승팀으로, 풍부한 스카우팅 네트워크와 재정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쿼터를 적극 활용한 대표 구단이다. 항공사 모기업 특성상 해외 지사·협력사를 통한 정보망이 촘촘하다는 점은 순수 스포츠 구단과 다른 이점으로 작용했다. 아시아 각국 리그의 중견 선수를 조기에 낮은 비용으로 영입해 경험을 쌓게 한 뒤, 시즌 중후반 전력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점보스 특유의 운영 패턴으로 굳어졌다.
무엇보다 아시아쿼터 선수의 존재는 구단 내부에서 세대 교체를 위한 완충 역할을 했다. 베테랑 국내 선수가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시즌 중반, 아시아쿼터 선수가 로테이션에 들어오면서 주전 자원의 피로도를 분산했다. 이는 플레이오프 장기 레이스에서 뚜렷한 전술적 이점으로 드러났다.
국제화의 명암
아시아쿼터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출범 직후부터 꾸준히 이어졌다.
찬성 측은 크게 세 가지 근거를 든다. 첫째, 아시아 배구 생태계 전체의 저변 확대다. 일본·중국 등 인접국 선수가 경쟁 수준 높은 V-리그에서 뛰면 그 나라 배구 팬들이 V-리그를 시청하고, 한국 배구의 해외 인지도가 올라간다. 실제로 일본 선수가 입단한 시즌에 해당 구단 관련 SNS 일본어 반응이 수십 배 증가하는 사례가 확인된다. 둘째, 구단 운영비 절감이다. 100만 달러를 상회하는 서구권 외국인 선수 연봉의 절반 이하 비용으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 셋째, 선수 개인 측면에서도 아시아 선수들이 검증된 리그에서 경력을 쌓을 기회를 얻는다.
반대 측은 국내 선수 출전 기회 잠식 문제를 핵심으로 든다. 12인 엔트리에서 외국인 1명 + 아시아쿼터 1명이 자리를 차지하면, 국내 유망주 1명이 밀려난다는 논리다. 특히 포지션이 겹치는 세터·리베로 등 특수 포지션에서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진다. 또한 아시아쿼터 선수의 실력 편차가 커 "리그 수준을 올리기보다 오히려 경기력이 고르지 않아진다"는 현장 지도자들의 지적도 있다.
한국 스포츠 국제화의 더 넓은 맥락
배구의 아시아쿼터는 한국 프로스포츠 전반에 걸친 국제화 흐름의 한 단면이다. KBO 리그는 1998년부터 외국인 선수 제도를 운영했고, K리그는 아시아쿼터와 용병 제도를 병행한다. 농구 KBL은 아시아쿼터 도입에 신중한 편이나, 배구가 선도적으로 시험한 제도적 실험이 다른 종목의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한국 스포츠의 국제화 논의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호혜성"이다. 한국 선수들이 일본 프로야구(NPB)·스페인 축구 리그(라리가) 등에서 활약하는 것처럼, 반대 방향의 인재 유입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어야 한다는 시각이 제도 설계의 철학적 기반이 됐다. 대한항공 배구팀이 아시아쿼터를 통해 쌓은 운영 경험은, 단순히 한 팀의 전략을 넘어 한국 스포츠가 아시아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더 큰 그림의 작은 조각이다.
제도 설계와 등록 기준의 특성
아시아쿼터는 기존 외국인 제도와 분리된 등록 통로를 두어 구단의 비용 부담을 낮추고 아시아권 교류를 넓히는 제도이다. 한국배구연맹은 기존 외국인 선수 쿼터와 별개로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를 등록하는 자리를 신설했다. 이 제도의 지원 자격은 아시아배구연맹 가맹국 국적을 가진 선수에게 주어진다. 일본, 중국, 이란, 태국, 카타르를 비롯한 여러 아시아 국가 선수가 참여할 수 있다. 연맹은 서구권 선수보다 낮은 수준의 연봉 상한을 두어 중소 구단도 선수를 영입할 수 있게 했다. 한국 국적 취득자나 재일교포 같은 특수 대상자에게는 별도 규정이 적용된다. 이는 국내 선수를 보호하려는 취지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마련한 안전장치이다. 유럽과 남미의 고액 장신 공격수에 집중되던 선수 영입 구조를 바꾸려는 의도가 제도에 반영되었다.
선수 기용 방식과 현장의 전술적 평가
아시아쿼터 선수는 장기 레이스에서 국내 주전 선수의 피로를 분산하고 세대 교체를 돕는 완충 역할을 맡는다. 로테이션은 경기 중에 주전 선수와 교체 선수를 번갈아 투입하여 체력을 조절하는 전술 방식이다. 체력 소모가 심한 시즌 중반에 아시아 선수가 로테이션으로 투입되면 국내 베테랑 선수의 체력 부담이 줄어든다. 대한항공 점보스는 이러한 선수 기용을 통해 플레이오프 장기전에서 전술적 우위를 확보했다. 이 구단은 항공사 모기업의 해외 지사와 협력사 정보망을 바탕으로 중견급 아시아 선수를 적은 비용으로 발굴했다. 선수에게 리그 경험을 쌓게 한 뒤 시즌 중후반에 전력으로 투입하는 방식이 구단의 대표적 운영법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아시아 선수 영입이 리그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선수 간 기량 차이가 커서 리그 경기력이 고르지 못하게 된다는 현장 지도자들의 지적이 제기된다.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쿼터 선수가 12인 출전 선수 명단에서 두 자리를 차지하면서 국내 유망주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세터나 리베로처럼 특수한 포지션에서 국내 선수의 출전 기회가 더 크게 줄어든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포츠 상호 교류와 제도 확산의 의의
배구의 아시아쿼터는 한국 프로스포츠가 인접 국가와 선수를 상호 교류하며 영역을 넓히는 흐름에 해당한다. 호혜성은 한쪽만 이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혜택을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한국 선수가 해외 리그에 진출하는 것처럼 아시아 선수도 국내 리그로 들어오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철학이 바탕에 깔려 있다. 실제로 아시아 선수의 입단은 해당 국가 팬들의 시청을 이끌어내며 한국 배구의 해외 인지도를 높였다. 일본 선수가 입단한 시즌에 구단 SNS에서 일본어 반응이 수십 배 늘어난 현상이 이러한 효과를 보여준다. 서구권 외국인 선수 연봉의 절반 이하 비용으로 전력을 보강할 수 있다는 점도 구단의 운영비 절감 효과로 꼽힌다. 한국 프로스포츠에서는 프로야구가 1998년에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고, 프로축구도 아시아쿼터와 외국인 선수 제도를 함께 운영한다. 농구는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나 배구가 먼저 시도한 운영 모델을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배구팀이 아시아쿼터로 축적한 운영 경험은 한국 스포츠가 아시아의 중심 무대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는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문서 정보
- 최초 작성
- 최종 갱신
- 분류
- Sports·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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