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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Mass Extinction

2,216자 · 202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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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멸종

지구 생명체의 75% 이상이 비교적 짧은 지질학적 시간 안에 사라진 사건—이것이 대멸종이다. 지구 46억 년 역사에서 생명이 기록된 이래 다섯 차례의 '빅 파이브(Big Five)' 대멸종이 확인되었으며, 현재 과학자들은 인류세를 배경으로 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이미 진행 중임을 경고하고 있다.

다섯 번의 대멸종

1차: 오르도비스기-실루리아기 대멸종 (약 4억 4,300만 년 전)

종(種) 의 약 85%가 사라졌다. 주된 원인은 빙하기의 급속한 도래와 해수면 하강으로 추정된다. 당시 생물 대부분은 바다에 살았기 때문에 해양 생태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삼엽충과 완족동물이 대규모로 멸종했다.

2차: 데본기 후기 대멸종 (약 3억 7,500만~3억 5,900만 년 전)

전체 종의 약 75~80%가 소멸했다. 단일 사건이 아니라 수백만 년에 걸친 연속 충격으로 이해된다. 해양 무척추동물과 초기 어류가 큰 타격을 받았다. 원인으로는 초대륙 분열, 화산 활동, 소행성 충돌, 육상식물 진출로 인한 산소·이산화탄소 균형 변화 등이 거론된다.

3차: 페름기-트라이아스기 대멸종 (약 2억 5,200만 년 전)

역사상 최대 규모. 해양 종의 약 96%, 육상 척추동물의 약 70%가 소멸했다. '대격변(The Great Dying)'이라 불린다. 시베리아 트랩(Siberian Traps) 화산군의 대규모 분출로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등하고 해양 산성화·산소 결핍이 이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 사건 이후 생태계가 회복되는 데 약 1,000만 년이 걸렸다.

4차: 트라이아스기-쥐라기 대멸종 (약 2억 100만 년 전)

전체 종의 약 75~80%가 사라졌다. 초대륙 판게아의 분열과 대서양 마그마 분출(CAMP, Central Atlantic Magmatic Province)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이 대멸종 이후 공룡이 지구의 지배적 육상 동물로 부상했다.

5차: 백악기-팔레오기 대멸종 (약 6,600만 년 전)

비조류 공룡을 포함해 전체 종의 약 75%가 사라졌다. 소행성 충돌(칙술루브 충돌구, 지름 약 180km)이 핵심 원인이며, 데칸 트랩 화산 활동이 충격을 가중시켰다는 복합 원인론도 유력하다. 이 사건이 포유류의 다양화와 궁극적으로 인류 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섯 번째 대멸종: 홀로세/인류세 대멸종

현재 지구의 생물 다양성 손실 속도는 자연 배경 멸종률의 100~1,000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24년 기준으로 평가된 동식물 종의 약 28%가 멸종 위기 상태임을 확인했다.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과도한 포획, 외래종 침입, 환경 오염이 5대 원인으로 꼽힌다.

과학계 내에서는 이를 '대멸종'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쟁이 있다. 일부 연구자는 현재의 멸종률이 과거 대멸종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세레노 등(Ceballos et al., 2017)의 연구는 '생물학적 소멸(biological annihilation)' 개념을 제시하며 개체군 수준의 붕괴가 이미 광범위하게 진행 중임을 강조한다. 폴 에를리히, 엘리자베스 콜버트(《여섯 번째 대멸종》 저자) 등은 6차 대멸종이 진행형임을 강하게 주장한다.

대멸종과 진화

역설적으로 대멸종은 진화의 엔진이기도 했다. 지배적 분류군이 사라지면서 살아남은 계통이 비어 있는 생태 공간을 빠르게 채우는 '적응방산(adaptive radiation)'이 일어난다. 포유류, 조류, 속씨식물 모두 대멸종 이후 폭발적으로 다양화됐다. 생명은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위기를 극복했지만, 여섯 번째는 그 원인이 지질학적 우연이 아니라 지적 존재의 행위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관련 개념

  • 배경 멸종률(Background extinction rate): 대멸종 없이 진행되는 자연 멸종 속도. 보통 100만 종당 연간 1~2종.
  • 인류세(Anthropocene): 인류 활동이 지구 시스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지질 시대. 2024년 국제 지층위원회(ICS)는 인류세를 공식 지질연대로 승인하지 않았으나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 생물다양성 협약(CBD):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국제 협약.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2022)는 2030년까지 지구 면적의 30%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목표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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