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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유통업의 고급화 전략

Luxury Retail Strategy for Department Sto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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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8
목차 (6개 섹션)

대형 유통업의 고급화 전략

2021년 2월, 여의도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연 날 오픈런 행렬이 63빌딩 앞까지 늘어섰다. 백화점이 아니라 공원에 온 것 같다는 말이 SNS를 도배했고, 개점 첫 해 매출은 업계 예측을 두 배 넘겨 8,500억 원을 기록했다. 그 순간부터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너도나도 '경험을 파는 공간'으로 방향을 틀었다.

왜 지금 고급화인가

배경에는 구조적 위기가 있다. 쿠팡·네이버쇼핑이 일상 소비를 흡수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모두 2010년대 중반부터 방문객 감소에 시달렸다. 이마트의 국내 점포 영업이익은 2019년 이후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는 2019~2022년 사이 30여 개 점포를 닫았다. '저렴함'으로는 온라인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 아래, 살아남으려면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무언가를 팔아야 했다.

마침 소비 트렌드도 맞아떨어졌다. 모건스탠리가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명품 소비액 세계 1위(325달러)로, 미국·중국을 제쳤다. MZ세대가 일상 절약과 명품 지출을 동시에 실천하는 '가심비' 소비를 주도하면서, 백화점 명품 매출은 코로나 직후인 2021년 전년 대비 40% 급등했다.

백화점의 명품 각축전

신세계 강남점은 2023년 연 매출 3조 원을 돌파하며 단일 점포 기준 국내 최초 기록을 세웠다. 비결은 2019년부터 이어 온 명품관 리뉴얼이다.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이 나란히 입점한 '더 갤러리' 층은 주말마다 대기 인파가 형성된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의 성공 공식을 지방으로 확산 중이다. 실내 폭포, 층고 높은 자연 채광, 상설 팝업존을 갖춘 공간 설계는 '인스타 성지'를 노린 것이다. 2023년 기준 더현대 서울 고객의 40%가 20~30대로, 기존 백화점 핵심 고객층(40~50대)과 완전히 다른 구성이다.

롯데백화점은 2024년 잠실 월드몰 전체를 명품·프리미엄 식품·F&B 중심으로 대대적 개편했다. 기존 중저가 패션 브랜드 구역을 정리하고 발망, 보테가 베네타 등 유럽 하이엔드 브랜드를 유치했다.

마트와 슈퍼의 고급화

백화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홈플러스는 2022년부터 일부 점포를 '메가 푸드 마켓'으로 전환하고 있다. 수산물 즉석 조리, 와인 전문 셀러, 수입 식재료 특화 코너를 배치해 '마트 같지 않은 마트'를 표방한다. 창동점의 메가 푸드 마켓 전환 후 식품 매출이 기존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는 내부 집계가 나왔다.

이마트는 PB 브랜드 '피코크'를 고급화 전위대로 썼다. 2024년 기준 피코크는 3,000여 종 이상의 상품을 운영하며, 밀키트·간편식 중 프리미엄 라인 가격대는 일반 PB의 2~3배다. "마트 브랜드인데 선물 세트로 쓴다"는 인식이 생기면 수익성이 달라진다는 계산이다.

논쟁과 그늘

고급화 전략이 만능은 아니다. 비판론자들은 두 가지를 지적한다.

첫째, '명품 유치 경쟁'이 결국 수수료 구조를 왜곡한다. 국내 백화점의 평균 입점 수수료는 의류 기준 30~35%로 해외(10~15%)의 두 배 수준이다. 명품 브랜드는 협상력이 강해 수수료를 낮추거나 고정 임대료로 전환하는 조건을 따낸다. 결국 중소 브랜드나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수수료 부담을 더 지게 된다는 구조적 역설이 생긴다.

둘째, 지역 격차가 심화된다. 고급화는 수도권과 주요 광역시에 집중된다. 수익성이 낮은 지방 점포는 폐점 수순을 밟고, 그 지역 소비자들은 선택지 자체가 사라진다. 이마트가 2023~2024년 폐점한 점포 대부분은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했다.

전망

유통업계의 고급화는 당분간 가속화될 것이다. 온라인과 차별화할 무기가 '경험'과 '희소성' 외에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다만 명품 소비 자체가 경기 민감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MZ세대가 실제 구매력을 갖춘 40대로 이행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은 변수다. 고급화가 오프라인 유통의 부활을 이끌 것인지, 아니면 소수 승자 독식으로 끝날 것인지는 2020년대 후반이 답을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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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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